성인 ADHD와 기대수명: 짧아지는 삶,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성인은 일반 인구보다 기대수명이 남성은 4.5~9년, 여성은 6.5~11년 더 짧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의 1차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성인 3만 명 이상을 일반 인구와 비교한 결과다. 특히 성인 ADHD 진단률은 전체 ADHD 환자 중 9명 중 1명에 그쳐, 많은 이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나는 이 연구 결과를 접하고, ADHD가 단순히 집중력 부족이나 충동적인 행동을 넘어 삶의 질과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느꼈다. 특히 성인 ADHD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사회적 지원의 부재가 기대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이 글에서는 성인 ADHD와 기대수명의 연관성,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원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ADHD가 기대수명을 단축시키는 이유
ADHD 진단을 받은 성인들은 일반 인구보다 흡연, 음주, 폭식, 자해 등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충동성을 조절하기 어려워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며, 이는 사고나 자살로 이어질 위험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ADHD 환자들은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우울증, 불안장애, 성격장애 등을 동반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기대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ADHD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임상의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약물 복용을 잊는 등 치료를 꾸준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뇨병이나 고콜레스테롤 같은 신체 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들이 ADHD 자체보다는 사회적 지위, 소득, 교육 수준 등의 건강 불평등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성인 ADHD, 진단과 치료의 현실
성인 ADHD 진단률은 전체 환자 중 9명 중 1명에 그친다. 이는 ADHD 증상이 성인에게서는 덜 두드러지게 나타나거나, 단순히 성격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ADHD 증상이 내성적으로 나타나 진단이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호르몬 변화와 생애 주기의 복잡성으로 인해 ADHD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이는 진단과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든다.
성인 ADHD 치료는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물은 충동성과 집중력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간 관리, 조직력, 감정 조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동 치료나 코칭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이 강조되며, 환자의 증상과 생활 환경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많은 성인 ADHD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지원도 부족하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이해와 배려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ADHD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결국 기대수명 단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지원과 이해의 확대
ADHD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먼저,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ADHD 증상이 성인에게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료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ADHD 환자들이 쉽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진단과 치료 과정을 간소화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의 ADHD 진단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와 직장에서 ADHD 환자들을 위한 배려와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DHD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 적응력, 문제 해결 능력 등 많은 강점을 가진 이들도 많다. 이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나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해 ADHD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ADHD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원을 확대한다면, 이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